산사태는 산비탈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장면만 뜻하지 않는다. 흙과 암석이 천천히 움직여 건물과 도로를 변형시키기도 하고, 물을 머금은 흙·돌·나무가 계곡을 따라 사람이 피하기 어려운 속도로 내려오는 토석류가 되기도 한다. 위험은 비가 가장 세게 내리는 순간에만 있지 않다.
비·지진·산불 뒤 경사면은 달라진다
집중호우와 오래 이어진 비는 흙 속 물을 늘려 경사면을 약하게 만든다. 지진은 균열과 진동으로, 하천과 도로 절개는 침식과 형상 변화로 안정성을 낮출 수 있다. 산불이 지나간 비탈은 식생과 표면이 손상돼 이후 강한 비에 토석류가 생기기 쉽다.
그래서 비가 그쳤다는 사실만으로 위험이 끝나지 않는다. 상류에 물이 고였다가 흙과 나무로 막힌 둑이 뒤늦게 터질 수 있고, 이미 움직인 사면은 추가 비에 다시 움직일 수 있다.
경보와 현장 징후를 함께 본다
산림청 예측정보는 강우 자료로 토양 안의 물을 추정해 권역별 토양함수지수 80%를 주의보, 100%를 경보 판단의 기준으로 활용한다. 실제 주의보와 경보는 예측정보와 기상 상황을 종합해 지방자치단체장이 발령한다. 이 숫자는 개인 주택이 몇 분 뒤 무너진다는 예언이 아니다.
현장에서는 새로 생긴 땅·도로·벽의 균열과 융기, 평소 없던 샘물, 기울어진 나무·담장·전신주, 문과 창문이 갑자기 걸리는 변화, 돌 부딪치는 소리와 커지는 굉음을 본다. 계곡물이 갑자기 불거나 줄고 흙탕물이 짙어지는 변화도 상류의 움직임을 알릴 수 있다.

전조를 기다리는 것이 계획이 되면 안 된다
USGS는 일부 산사태가 전조 없이 갑자기 발생한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위험지역의 대피 지시를 받았다면 눈앞의 균열을 확인하러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밤이 되거나 길이 끊기기 전에 산사태 선제 대피를 실행한다.
개인 관찰은 경보를 무시하기 위한 근거가 아니라 경보보다 먼저 움직여야 할 때를 알아채는 보조 수단이다. ‘아직 나무가 안 기울었다’는 말은 안전 확인이 아니다.
경로에서 옆으로 벗어나 높은 곳으로 간다
토석류는 계곡과 낮은 물길을 따라 내려간다. 흐름을 거슬러 위로 달리거나 아래쪽 도로를 따라 도망치지 않고, 진행 경로의 옆으로 벗어나 가까운 단단한 높은 지대로 이동한다. 차량으로 건너가려 하지 않고 산비탈 바로 아래와 교량·계곡 입구를 피한다.
이미 건물이 토사에 맞기 시작했고 바깥이 흐름에 노출됐다면 무조건 뛰쳐나가는 것도 위험하다. 가능한 높은 층이나 튼튼한 높은 구조물로 이동해 머리와 목을 보호한다. 흔들림이 멈춘 뒤에도 첫 흐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첫 1시간 대응으로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