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해야 할 3가지
- 실외에 있다면 즉시 가장 가까운 튼튼한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 지하나 건물 중앙부가 가장 좋다.
- 안으로 들어갔다면 공식 안내가 있을 때까지 나가지 않는다.
- 라디오나 방송으로 공식 안내를 계속 청취한다.
세 가지 모두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핵폭발 대응 지침에서 제시하는 핵심 메시지 그대로다. 왜 이 순서인지, 그리고 그다음 무엇이 오는지는 아래에서 시간 순서대로 설명한다.
1초 — 열복사
핵폭발의 첫 신호는 소리가 아니라 빛이다. 빛은 소리나 폭풍보다 훨씬 빠르게 도달하므로, 섬광을 본 사람에게는 몸을 피할 짧은 시간이 남아 있다. Glasstone과 Dolan은 이 열복사가 두 번의 파동으로 나온다고 설명한다. 첫 파동은 지속 시간이 매우 짧아 전체 열에너지의 약 1%만 싣고 지나간다. 정작 화상을 일으키는 것은 두 번째(주) 파동으로, 1메가톤급 폭발 기준 약 10초간 이어지며 나머지 99%를 방출한다.
이 열에너지가 얼마나 멀리까지 위협이 되는지는 위력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FEMA 지침은 10킬로톤급 폭발에서 폭심이 시야에 들어오는 곳이면 최대 2마일(약 3.2km) 밖에서도 화상을 입을 수 있다고 적고 있다. Glasstone과 Dolan은 1메가톤급이라면 그 범위가 최대 12마일(약 19km)까지 넓어진다고 기록한다. 같은 “화상”이라도 위력이 100배 커지면 위험 반경은 6배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실내에, 특히 창문에서 떨어진 곳에 있었다면 이 단계의 위협은 대부분 피할 수 있다. 벽 한 장이라도 열복사의 직접 노출을 막아 주기 때문이다. 반대로 섬광을 본 순간 그대로 서 있었다면, 다음에 오는 것은 소리와 바람이다.
10초 — 폭풍압
빛 다음으로 오는 것이 폭풍압(공기충격파)이다. FEMA 지침의 표는 10킬로톤급 폭발에서 거리별 최고 폭풍압과 그에 동반되는 풍속을 정리해 두었는데, 폭심에서 0.29km 떨어진 지점의 최고 압력은 50psi, 1.8km 떨어진 지점은 2psi로 떨어진다. 같은 표는 5psi의 바람만으로도 시속 260km 안팎의 돌풍이 동반된다고 적고 있다.
압력 자체보다 무서운 것은 사람의 몸이 아니라 주변 구조물이 그 압력을 버티지 못한다는 점이다. FEMA 지침이 정리한 인체 손상 문턱값은 5psi에서 고막 파열, 50psi에서 노출자의 50%가 치명적 폐손상을 입는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이 압력에 도달하기 훨씬 전인 3~5psi부터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즉 폭풍 자체보다 무너지는 벽과 날아드는 파편이 더 큰 사망 원인이 된다.
이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섬광을 본 즉시 창문에서 멀어지고 낮은 자세를 취하는 것이 FEMA가 제시하는 유일한 실질적 대응이며, 폭풍이 지나간 뒤에는 곧바로 다음 위협, 즉 낙진에 대한 판단으로 넘어가야 한다.
몇 분 — 낙진과 대피소 선택
낙진이 도달하는 시점은 거리와 바람에 따라 달라 하나의 숫자로 못 박기 어렵다. 다만 FEMA 지침은 더 나은 대피소가 “몇 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면 지체 없이 그리로 이동하라고 명시한다. 실외에서 낙진에 노출된 채로 기다리는 것이 가장 나쁜 선택이기 때문이다.
지침이 강조하는 것은 위치다. 자동차는 방사선을 거의 막아 주지 못하므로 차 안에 있다면 즉시 내려 건물로 들어가야 한다. 콘크리트 건물의 지하나 중앙부(고층 건물이라면 가운데 층)는 보호계수가 10배를 넘는 것으로 평가되어 충분한 보호로 간주되지만, 목조 주택처럼 보호계수가 2 안팎에 그치는 곳에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런 경우 더 나은 대피소로 옮기는 편이 유리하지만, 그 이동 자체가 노출이므로 실외에 머무는 시간은 30분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지침의 조건이다.
한 번 자리를 잡았다면 그다음은 버티는 일이다. 공식 방송이 “이제 나가도 된다”고 안내하기 전까지는, 지금 있는 곳이 최선의 대피소라는 전제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FEMA 지침의 일관된 결론이다.
72시간 — 감쇠
낙진의 방사선은 시간이 지나며 빠르게 잦아든다. Glasstone과 Dolan이 정리한 “7-10 법칙”에 따르면 폭발 후 경과 시간이 7배로 늘어날 때마다 선량률은 약 10분의 1로 준다. 1시간 후 선량률을 1,000R/h로 두면 7시간 후에는 100R/h(10분의 1), 49시간(약 2일) 후에는 10R/h(100분의 1) 안팎까지 떨어진다는 뜻이다. FEMA 지침이 같은 자료를 표로 정리한 값은 1시간 후 약 1,000R/h, 24시간 후 약 23R/h, 72시간(3일) 후 약 6.2R/h, 100시간 후 약 4.0R/h로 이어진다.
이 곡선이 왜 중요한지는 인체가 받는 선량과 겹쳐 보면 분명해진다. DiCarlo 등(2011)이 정리한 바로는 전신 피폭선량이 2Gy를 넘으면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급성방사선증후군(ARS) 위험이 생긴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PNNL의 검토 보고서(2003)는 조혈계 ARS의 LD50 — 60일 내 절반이 사망하는 선량 — 이 최소한의 의료 지원이 있는 경우에도 피폭 선량률에 따라 갈린다고 정리한다. 선량률이 낮으면(시간당 0.2Gy) 약 4.50Gy, 선량률이 높으면(시간당 100Gy) 약 3.29Gy까지 낮아진다 — 즉 “최소한의 치료”라는 조건만으로는 4Gy를 안전 마진으로 못 박을 수 없다는 뜻이다. 즉 초기 몇 시간의 선량률이 높을수록, 그리고 그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이 문턱에 가까워진다는 뜻이며, 이것이 바로 처음 60분의 대피 판단이 이후 72시간의 결과를 가르는 이유다.
폭풍과 열이 지나간 뒤에도 안전은 자동으로 오지 않는다. 방송 안내를 따르는 것, 그리고 이 시나리오와 함께 묶인 「물 확보와 정수」 모듈처럼 대피가 며칠 이어질 때 필요한 지식을 미리 알아 두는 것이 다음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