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체온증은 눈밭에서만 생기는 병이 아니다. CDC는 비, 땀, 찬물 때문에 몸이 젖으면 기온이 40°F(약 4.4°C)보다 높아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정전된 집, 비를 맞은 산길, 전복된 배에서 공통으로 위험한 것은 낮은 기온 하나가 아니라 젖음과 바람, 그리고 판단력 저하다.

체온보다 먼저 보이는 신호
중심체온이 35°C 아래로 떨어지면 저체온증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확한 중심체온을 재기 어렵다. 떨림, 탈진, 혼란, 서툰 손동작, 기억 손실, 어눌한 말, 심한 졸림을 함께 본다. 특히 혼란과 서툰 움직임은 당사자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춥지만 괜찮다”는 말만 믿지 않는다. 단추를 잠그거나 지퍼를 올리지 못하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평소와 달리 말이 느려졌다면 즉시 젖음과 바람을 차단한다. 술은 따뜻한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치료가 아니며, 저체온 환자에게 알코올 음료를 주지 않는다.
재가온의 순서
사람을 따뜻한 방이나 바람을 막는 대피소로 옮기고 젖은 옷을 벗긴다. 마른 옷, 담요, 수건으로 감싼 뒤 가슴, 목, 머리, 사타구니처럼 몸 중심부를 먼저 덥힌다. CDC는 전기담요가 있다면 이를 사용하고, 없다면 마른 겹 아래에서 피부 접촉으로 중심부를 덥힐 수 있다고 안내한다.
의식이 또렷한 사람에게는 따뜻한 음료를 줄 수 있지만, 술은 제외한다. 의식이 없는 사람에게 음료를 먹이지 않는다. 상태가 심한 사람은 거칠게 움직이지 말고 즉시 응급 도움을 요청한다. 호흡이나 맥박이 없어 보이더라도 저체온 상태에서는 매우 느릴 수 있으므로, 응급 지시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하며 계속 보온한다.
찬물에서는 첫 몇 분이 다르다
찬물에 갑자기 빠졌을 때 처음 닥치는 위험은 체온 저하보다 찬물 쇼크다. 국립기상청은 수온이 77°F(25°C) 정도여도 갑작스러운 침수로 헐떡임과 빠른 호흡이 시작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반응은 첫 2~3분 이상 이어질 수 있고, 물을 들이마시면 수영 능력과 무관하게 익수로 이어진다.
먼저 호흡을 가라앉히고 부력을 확보한다. 안전한 출구가 가깝다면 물에서 나오고, 그렇지 않다면 몸을 물 밖으로 올릴 수 있는 물체를 이용한다. 구명조끼가 있다면 입은 채로 머리를 수면 위에 두고 열 손실을 줄이는 자세를 취한다. 물에서 나온 뒤에도 중심체온은 계속 떨어질 수 있으므로, 마른 곳으로 옮긴 뒤 위의 재가온 절차를 시작한다.
언제 응급 상황인가
체온이 35°C 미만이거나, 혼란·어눌한 말·심한 졸림·의식 저하가 있으면 의료 도움이 필요하다. 체온계가 없어도 증상이 여러 개 겹치면 기다리지 않는다. 저체온증은 사고력을 먼저 손상시키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보자”는 판단 자체가 이미 질환의 영향을 받고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