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동파 신고는 103동에서 들어왔다. 관리실 직원 서연이 배관도를 펼쳤을 때 104동의 온도는 같은 시각 정확히 그만큼 올라가 있었다.

만들어지지 않는 열
한파가 석 달째 이어지자 발전소는 멈췄다. 비상 난방망은 작동했지만 열을 만들지는 않았다. 밸브를 열면 같은 단지의 다른 집에서 온기가 빠져나왔다.
처음에는 고장으로 여겼다. 그러나 어느 집을 데워도 반드시 다른 집 하나가 차가워졌다. 연결되는 집은 매일 바뀌었고 미리 알 방법도 없었다.
주민들은 보일러를 켜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은 아이가 아프거나 수도관이 얼 때마다 흔들렸다. 따뜻한 창문 하나가 켜질 때마다 사람들은 어느 창문이 하얗게 굳는지 찾았다.
온도 장부
서연은 난방을 금지하는 대신 사용 시간을 공개했다. 한 집이 20분을 쓰면 다음 집에 같은 시간을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주민들은 엘리베이터 앞 벽에 온도 장부를 붙였다.
하지만 체온은 숫자처럼 공평하지 않았다. 노인은 같은 온도에서도 더 떨었고, 영아가 있는 집은 밤새 난방이 필요했다. 비어 있는 집을 희생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열쇠공이 빈집 문을 열자 안에는 집을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숨어 있었다. 그날부터 장부에는 집 번호 대신 사람 수와 건강 상태가 적혔다.
모두가 있는 방
서연은 각 집을 조금씩 데우는 일을 포기했다. 주민들을 지하 주차장 한가운데로 모으고 벽과 천장을 천막으로 막았다. 사람의 체온과 취사 열을 한곳에 모았다.
난방망은 큰 공간을 집으로 인식하지 못했다. 빼앗아 갈 짝을 찾지 못한 밸브는 처음으로 조용했다. 주민들은 차갑지만 더 차가워지지 않는 밤을 보냈다.
104동의 한 가족은 따뜻한 자기 집을 떠나지 않으려 했다. 이웃들은 강제로 끌어내지 않고 매일 국과 소식을 계단에 놓았다. 사흘째 되던 날 그들도 담요를 들고 내려왔다.
불을 켜지 않는 새벽
봄은 오지 않았다. 대신 사람들은 주차장에 작은 방들을 만들고 혼자 쓰는 열을 줄였다. 따뜻함은 소유물이 아니라 모두가 모였을 때 생기는 부산물이 됐다.
어느 새벽, 서연은 멈춘 난방관에서 희미한 진동을 느꼈다. 누군가 위층에서 보일러를 켠 것이 아니었다. 수백 명이 같은 시간에 잠에서 깨어 움직인 온기였다.
창밖의 서울은 여전히 얼어 있었다. 지하의 온도계는 영상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새벽에 공동실 문을 열자 여러 사람의 입김이 천장 아래 한 덩어리 구름처럼 머물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