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CTION현실 지침 아님

혜성은 생중계가 끝나면 멈췄다

혜성을 촬영하는 동안에만 충돌 시계가 움직였다. 방송을 멈추면 살 수 있었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 재난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됐다.

천문학자 유라는 생중계 도중 혜성의 속도가 두 배가 되는 것을 봤다. 방송이 광고로 전환되자 속도는 다시 0이 됐다.

텅 빈 서울 옥상 관측소의 카메라와 삼각대가 밤하늘에 멈춘 혜성을 일제히 향한 허구 장면 (AI 생성 삽화)
AI 창작 삽화허구 장면모두가 보아야 믿을 수 있었고, 모두가 보는 동안에만 혜성은 가까워졌다.생성: OpenAI ImageGen

시청률과 속도

처음에는 관측 장비의 오류로 여겼다. 그러나 망원경 카메라를 끄면 혜성은 별 사이에 멈췄고, 휴대전화로 찍는 순간 다시 커졌다.

영상 한 개의 재생 시간은 짧았다. 수백만 화면이 동시에 재생하자 충돌 예정일은 몇 년 뒤에서 사흘 뒤로 당겨졌다.

방송사는 화면을 끄라는 유라의 요청을 단독 특보로 내보냈다. 설명을 반복할수록 혜성 영상도 더 오래 나갔다. 경고가 재난을 가속했다.

마지막 생중계

정부는 촬영을 금지했지만 사람들은 혜성이 진짜인지 확인하려고 창문과 하늘을 찍었다. 영상 플랫폼에는 마지막 밤을 기록하려는 방송이 넘쳤다.

한 방송국 카메라 감독이 렌즈에 검은 천을 씌웠다. 동료들이 차례로 모니터를 껐다. 전자상가 상인들도 진열 화면의 플러그를 뽑았다.

혜성은 남산 위에서 멈췄다. 맨눈으로는 볼 수 있었지만 누구도 화면에 담지 않았다. 사람들은 처음으로 같은 광경을 기록 없이 바라봤다.

보이지 않는 증거

며칠이 지나자 혜성을 믿지 않는 사람이 늘었다. 사진도 영상도 새로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래된 영상은 재생할 수 없어 검은 썸네일만 남았다.

정치인들은 위기가 끝났다고 발표하려 했다. 발표에 쓸 화면이 없자 기자회견도 음성으로만 진행됐다. 유라는 종이에 궤도를 손으로 그려 사람들에게 나눴다.

아이들은 혜성 모양을 외워 서로 설명했다. 누구의 그림도 정확하지 않았지만 재생되지 않았고, 그래서 안전했다.

카메라 밖의 하늘

어느 밤 작은 방범 모니터 하나가 자동으로 켜졌다. 혜성은 눈에 띄게 가까워졌다. 주민들은 화면을 부수지 않고 천으로 덮고 전원을 찾았다.

그 뒤 도시는 화면 없는 감시 순번을 만들었다. 한 사람이 맨눈으로 하늘을 보고 다음 사람에게 말로 상태를 전했다. 증거는 남지 않았지만 기억은 이어졌다.

혜성은 서울의 밤 한가운데 멈춘 채 남았다. 마지막 생중계 화면이 꺼지자 꼬리의 가장자리도 움직임을 멈췄다. 옥상에 남은 관측자는 망원경 덮개를 닫고 맨눈으로 한 번 더 올려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