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났는데 지하상가의 물은 빠지지 않았다. 배수 펌프는 정상적으로 돌았지만 바닥 틈에서 우윳빛 실이 솟아 배수구를 다시 덮었다. 실은 버섯보다 얇았고 전화선보다 빠르게 다음 역으로 뻗었다.

지하의 흰 지도
시설반장 경태는 손전등을 들고 폐쇄선을 내려갔다. 발목 깊이의 물을 한 번 밟자 멀리 있는 셔터들이 순서대로 떨렸다. 물결이 닿기 전이었다. 바닥 아래에서 무언가가 발소리를 전달하고 있었다.
첫 감염자들은 눈을 감고 에스컬레이터에 서 있었다. 동공은 희게 흐려졌고 귓바퀴에는 얇은 균사가 피어 있었다. 경태가 한 발 물러나자 수십 명의 고개가 동시에 같은 각도로 돌아갔다.
그들은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었다. 천장에서 떨어진 물방울에는 반응하지 않았지만, 타일을 밟는 무게에는 도시 반대편에서도 몸을 움직였다. 균사가 이어진 표면 전체가 하나의 고막이었다.
발을 떼지 않는 도시
지하망이 넓어지자 지상도 조용해졌다. 횡단보도를 달리는 사람의 발소리가 환기구를 통해 아래로 전해졌고, 감염자들은 출구를 향해 모였다. 버스가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몇 개 역의 군중이 함께 방향을 바꿨다.
사람들은 걷는 대신 바퀴 달린 의자와 매트리스를 이어 붙였다. 아파트 복도에는 두꺼운 이불이 깔렸고 아이들은 뛰는 법을 잊었다. 도시는 목소리가 아니라 무게를 낮추는 법부터 배웠다.
그러나 균사는 건물의 기초를 타고 올라왔다. 벽에 손을 짚는 것, 의자를 끄는 것, 심장이 세게 뛰는 것까지 흰 실에 닿으면 지하로 전달됐다. 누구도 완전히 가벼워질 수 없었다.
반대편의 발자국
경태는 폐쇄된 환승 통로에서 이상한 진동을 느꼈다. 자기 발걸음과 정확히 같은 간격으로, 도시 반대쪽에서 누군가 한 걸음 늦게 따라왔다. 멈추면 멈췄고 두 번 구르면 두 번 답했다.
그는 며칠 동안 바닥을 두드려 짧은 리듬을 보냈다. 어느 날 세 번, 한 번, 세 번의 새로운 답이 돌아왔다. 살아 있는 사람인지 감염자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균사망이 처음으로 추격이 아니라 문장을 운반했다.
지상의 사람들도 리듬을 익혔다. 강한 한 번은 위험, 짧은 두 번은 길이 열렸다는 뜻이 됐다. 지하의 감염자들은 모든 신호를 느꼈지만 뜻을 구분하지 못했다. 그들은 리듬이 시작될 때마다 거대한 합창단처럼 몸을 돌렸다.
한 도시의 맥박
겨울이 오자 균사는 한강 아래까지 이어졌다. 남쪽에서 구른 화물차의 진동이 북쪽 지하실의 물잔을 흔들었다. 도시는 더 이상 구역으로 나뉘지 않았다. 누군가 발을 구르면 모두가 알았다.
경태는 마지막으로 지하상가 중앙에 섰다. 수천 명의 감염자가 닫힌 눈으로 그를 향했다. 그는 도망치지 않고 발뒤꿈치로 오래 연습한 리듬을 보냈다. 살아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처음에는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 잠시 뒤 가장 가까운 감염자가 같은 리듬을 발로 되돌렸다. 이어 다음 역, 다음 구, 강 건너에서 차례로 바닥이 울렸다.
그 답이 기억인지 반사인지는 증명되지 않았다. 잠시 뒤 다음 역, 강 건너, 폐쇄된 지하상가에서 같은 리듬이 차례로 돌아왔다. 그날 밤 물컵마다 동일한 간격의 잔물결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