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치료는 완벽했다. 중환자 열아홉 명의 열이 같은 시각에 내렸다. 연구진이 환호한 순간 벽의 달력이 한 장 거꾸로 넘어갔고, 석 달 전 사망 기록에서 한 사람이 살아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과거로 가는 변이
병은 약을 피하지 않았다. 약의 구조를 기억한 변이를 과거로 보냈다. 어제까지 단순한 발열이던 첫 주 환자에게 새로운 증상이 생겼고, 병원 기록과 가족의 기억도 함께 바뀌었다.
두 번째 치료는 그 변이를 막았다. 현재의 환자가 나았고 과거의 사망자 한 명이 돌아왔다. 대신 약사 한 명의 입사일이 유행 시작 전으로 바뀌었다. 그는 자신이 최초 환자였다는 기억을 갖게 됐다.
치료할수록 기원은 연구진 쪽으로 다가왔다. 여섯 번째에는 간호사, 아홉 번째에는 연구 책임자가 최초 환자로 기록됐다. 사람들은 그들을 감염원이라 비난했지만, 전날까지는 영웅으로 기억했다.
열두 개의 병
연구진은 치료를 멈추려 했다. 그러나 과거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들은 약을 요구했다. 한 사람을 원래대로 죽게 두어야 현재의 연구자가 자기 삶을 되찾을 수 있었다.
약제실 선반에는 열한 종류의 약병이 놓였다. 병마다 다른 과거와 다른 유행이 연결됐다. 어떤 세계에서는 학교가 닫혔고, 어떤 세계에서는 항구만 비었다. 연구진만 모든 버전을 어렴풋이 기억했다.
열두 번째 약을 만든 민서는 자신의 이름이 최초 보고서 맨 위에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보고 날짜는 그가 태어나기 전이었다. 병은 한 사람의 생애가 아니라 혈통 전체를 기원으로 바꾸려 했다.
치료하지 않는 치료
민서는 약병을 깨지 않았다. 깨는 행동조차 병이 기억할 수 있었다. 대신 아무 성분도 없는 물을 열두 번째 치료로 등록했다. 성공도 실패도 정의하지 않은 빈 절차였다.
환자의 열은 그대로였고 달력도 움직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처음으로 현재에 머물렀다. 병은 결과가 없는 치료를 과거로 보낼 수 없었다.
그들은 치료라는 말을 바꿨다. 완치 숫자를 만드는 대신 아픈 사람이 오늘을 넘기는 시간을 돌보았다. 병은 여전히 변했지만 더 이상 역사를 고치지는 못했다.
최초 환자 없는 기록
유행은 천천히 약해졌다. 열한 개의 약은 사용되지 않았고, 과거에서 돌아온 사람들은 그대로 남았다. 누가 원래 죽었고 누가 살아 있었는지 구분하는 기록은 모두 달랐다.
민서는 최종 보고서에서 최초 환자 항목을 지웠다. 기원을 한 사람에게 붙이는 순간 그 사람이 병의 과거가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약제실의 달력은 다시 앞으로 넘어갔다. 열두 번째 빈 병만 선반에 남았다. 라벨에는 아무 글자도 없었지만 연구진은 그것을 실패라고 부르지 않았다.
열두 번째 병실의 모니터가 평평한 선을 그리다 한 번 흔들렸다. 복도 끝에서는 첫 환자의 지팡이 소리가 가까워졌다. 의료진은 문을 잠그지 않고 빈 차트 한 장을 침대 발치에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