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 석진은 어느 아침 렌치를 쥐는 법을 잊었다. 전날 혼자 발전기를 고쳤지만 누구에게도 보여 주지 않은 탓이었다.

자정에 비는 손
처음에는 과로로 여겼다. 그러나 재봉사와 간호사, 제빵사도 같은 날 기술을 잃었다. 책과 영상은 남아 있어도 몸이 순서를 기억하지 못했다.
한 아이가 석진의 손을 따라 나사를 조인 다음 날, 둘 다 동작을 기억했다. 설명만 들은 사람은 잊었고 직접 재현한 사람만 기술을 보존했다.
도시는 자격증 명단 대신 가르칠 사람과 배울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가장 숙련된 사람도 혼자 일하면 다음 날 초보자가 됐다.
하루짜리 학교
도서관의 책상을 작업대로 바꿨다. 아침에는 수선, 오후에는 조리, 저녁에는 간호 기술을 나눴다. 배운 사람은 그날 다시 다른 사람에게 가르쳤다.
모든 기술을 매일 전할 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어떤 지식을 먼저 지킬지 결정해야 했다. 희귀하지만 당장 쓰지 않는 기술이 조용히 사라졌다.
석진은 복잡한 기계 하나를 혼자 지키려 하지 않았다. 간단한 원리를 여러 사람에게 나눠 가르쳤다. 완벽한 정비사 한 명 대신 서툰 정비사 열 명이 남았다.
틀리게 배운 손
전수 과정에서 동작은 조금씩 달라졌다. 재봉 매듭과 빵 모양이 마을마다 변했다. 과거 표준과 다르다는 이유로 폐기할 기록 기관은 없었다.
실수도 함께 전해질 수 있었다. 그래서 교사와 학습자는 다음 날 서로의 동작을 다시 확인했다. 지식은 권위가 아니라 반복되는 검토가 됐다.
기술을 독점하려던 사람은 가장 먼저 능력을 잃었다. 가르치면 가치가 줄어든다고 믿었지만, 이 세계에서는 나누지 않는 순간 사라졌다.
사람으로 된 도서관
몇 년 뒤 서가의 책은 낡았지만 작업장은 매일 열렸다. 아이들은 한 가지 직업만 배우지 않고 여러 세대의 손을 거쳤다.
석진은 더 이상 모든 기계를 고치지 못했다. 대신 자신이 잊은 부분을 제자에게 다시 배웠다. 교사와 학생의 자리는 하루마다 바뀌었다.
자정 이후의 첫 수업
폐관 방송 뒤에도 작업대 하나에는 불이 남았다. 석진이 렌치를 잘못 기울이자 열두 살 제자가 그의 손목을 바로잡았다. 자정이 지났고, 두 사람은 같은 나사를 다시 처음부터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