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CTION현실 지침 아님

전기는 세 집을 지나야 불이 켜졌다

모든 발전소가 멈춘 뒤, 전기는 세 가구 이상의 생활을 동시에 잇는 회로에서만 흘렀다. 혼자 밝을 수 없는 도시가 식탁부터 연결한다.

전 세계의 발전기가 멈춘 뒤에도 307호 스탠드가 잠깐 켜졌다. 같은 시각 위아래 집에서 저녁상을 차렸을 때였다.

정전된 서울 아파트에서 세 가구의 식탁과 조명이 상징적인 주황빛 실로 이어져 켜지고 혼자 앉은 옆집의 등은 꺼져 있는 허구 장면 (AI 생성 삽화)
AI 창작 삽화허구 장면전기는 벽을 통과했지만 닫힌 문은 통과하지 못했다. 세 집이 같은 일을 할 때만 빛이 생겼다.생성: OpenAI ImageGen

혼자서는 흐르지 않는 것

전기 기사 도윤은 배선과 무관한 빛이 세 집 사이로 이어지는 것을 봤다. 콘센트를 뽑아도 식탁 위 등은 켜졌고, 한 가족이 식사를 마치자 모두 꺼졌다.

세 가구가 같은 목적을 공유하면 작은 전력이 생겼다. 함께 밥을 먹으면 조명이, 같은 영화를 보려 하면 오래된 화면이 켜졌다. 각자 다른 일을 하면 아무 일도 없었다.

부유한 주민은 빈집 두 채에 사람을 고용해 자기 냉장고를 켰다. 세 사람이 실제로 음식을 나누지 않자 회로는 몇 분 만에 꺼졌다.

빛의 시간표

단지는 필요한 일을 묶었다. 아침에는 세 집씩 약을 보관했고, 낮에는 아이들이 여러 교실에서 같은 책을 읽었다. 밤에는 복도 조명을 켜기 위해 함께 바느질했다.

활동을 억지로 맞추는 일은 피곤했다. 혼자 음악을 듣거나 늦게 밥을 먹고 싶은 사람도 있었다. 공동체는 모든 시간을 연결하지 않고 어둠을 선택할 시간도 남겼다.

도윤은 전기를 더 많이 만드는 법보다 누구와 무엇을 나눌지 조정하는 일을 맡았다. 기술자의 도구는 회로도가 아니라 이웃의 생활표가 됐다.

꺼진 한 집

가장 끝집의 노인은 어떤 모임에도 오지 않았다. 주민들은 냉장고를 켜 주겠다며 문을 두드렸지만 그는 도움을 거부했다. 혼자 있는 것이 마지막 선택이라고 말했다.

아이 하나가 매일 같은 시간 발코니에서 차를 마셨다. 노인은 며칠 뒤 자기 찻잔을 들고 나왔다. 맞은편 가구도 합류하자 세 발코니의 작은 등이 켜졌다.

누구도 노인의 방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연결은 사생활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서로 존재하는 시간을 맞추는 일이 됐다.

어두운 도시의 지도

밤의 서울에는 세 집, 다섯 집, 골목 하나 크기의 작은 빛이 생겼다. 거대한 전력망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빛의 무늬로 사람들이 함께 있는 곳을 알 수 있었다.

도윤은 빈 종이에 그 불빛을 기록했다. 발전소나 송전선 위치가 아니라 식탁과 공부방, 공동 부엌의 시간이었다.

열한 시의 세 창

도시는 예전보다 훨씬 어두웠다. 밤 열한 시, 세 발코니에서 동시에 찻잔이 내려앉자 작은 등이 켜졌다. 맞은편 골목에서도 잠시 뒤 세 개의 창이 같은 밝기로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