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CTION현실 지침 아님

서울 상공에 바다가 걸린 날

바다가 증발한 것이 아니라 통째로 하늘로 올라갔다. 서울 위를 헤엄치는 고래 아래에서 비는 거꾸로 내리고 강은 가벼워졌다.

바다가 올라간 것은 새벽 4시 12분이었다. 해안 도시의 방파제 아래로 물이 빠졌고, 서울의 하늘은 갑자기 어두워졌다. 사람들은 폭우가 올 거라 생각했지만 구름은 없었다. 대신 도시 전체를 덮는 푸른 수면의 밑바닥이 있었다.

서울 도로 위에 거대한 바다가 천장처럼 매달리고 고래와 물고기 그림자가 지나가는 가운데 빗방울이 하늘로 올라가는 허구 장면 (AI 생성 삽화)
AI 창작 삽화허구 장면정오의 서울 위를 바다가 지나간다. 멈춘 버스와 우산 사이에서 빗방울은 아래가 아니라 고래가 있는 쪽으로 올라간다.생성: OpenAI ImageGen

머리 위의 수평선

하늘의 바다는 뒤집혀 있지 않았다. 물고기는 지면과 나란히 헤엄쳤고, 파도는 우리가 볼 수 없는 위쪽 해안으로 밀려갔다. 다만 바다 전체가 지상에서 삼천 미터 떨어진 곳에 매달려 있었다.

햇빛은 수면과 수심을 통과한 뒤 도시에 닿았다. 오전은 늘 수족관 같았다. 건물 벽에 물결무늬가 흔들렸고, 구름 대신 고등어 떼가 날씨를 바꿨다. 고래가 지나가는 몇 분 동안에는 네 개 구가 한꺼번에 밤이 됐다.

사람들은 처음 며칠 동안 옥상에 모였다. 망원경으로 침몰한 배의 바닥을 찾거나, 물 위에 있을 섬의 그림자를 계산했다. 가장 인기 있는 방송은 일기예보가 아니라 어군 예보였다. 진행자는 내일 오전 마포 상공으로 큰 참치 떼가 이동한다고 말했다.

거꾸로 오는 비

첫 비는 지상에서 시작됐다. 한강 표면에서 물방울이 하나씩 떨어져 나와 하늘로 올라갔다. 가로수 잎과 젖은 빨래, 사람의 머리카락에서도 작은 물방울이 솟았다. 우산은 뒤집어 써야 했다.

비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우산을 머리 위가 아니라 발밑에 펼쳤다. 그렇지 않으면 신발과 하수구에서 올라온 흙탕물이 얼굴을 때렸다. 아이들은 웅덩이가 얇아지는 자리에 손을 대고 물방울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을 구경했다.

한강은 일주일 만에 발목 깊이가 됐다. 강바닥에 있던 자전거와 휴대전화, 오래된 다리의 기초가 드러났다. 사람들은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러 들어갔지만, 물건에도 수분이 남아 있었다. 젖은 지갑과 나무 의자는 손에서 미끄러져 천천히 하늘로 떠올랐다.

해안이 없는 항구

부산과 인천의 항구는 바다가 없어진 뒤에도 항구라는 이름을 유지했다. 배는 갯바닥에 누운 채 녹슬었고, 크레인은 하늘을 향해 팔을 뻗었다. 선원들은 산소통이 아니라 연을 만들었다.

가장 먼저 하늘의 바다에 닿은 것은 인천에서 띄운 무인 돛이었다. 바람을 타고 올라간 얇은 배는 수면에 닿자 갑자기 무거워졌다. 줄이 팽팽해졌고, 멀리 있던 조작실 벽이 뜯겨 나갔다. 배는 그대로 바닷속 위쪽으로 사라졌다.

그 뒤로 도시는 긴 줄을 하늘에 보내지 않았다. 바다는 올려다볼 수는 있지만 연결할 수 없는 장소가 됐다. 사람들은 머리 위를 지나는 여객선의 녹슨 선체를 볼 때마다 그 안에 남아 있을 객실을 상상했다.

마르는 사람들

세 번째 달부터 물은 사람에게서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눈물이 눈가에 맺히지 않고 속눈썹 끝에서 하늘로 날아갔다. 국을 끓이면 김이 아니라 국물 전체가 가느다란 실처럼 천장으로 이어졌다.

사람들은 창문을 막고 집 안을 낮은 곳으로 만들려 했다. 그러나 하늘은 지붕을 통과해 모든 습기를 당겼다. 나무 가구는 갈라졌고, 종이는 바스러졌다. 사진 속 바다만은 마르지 않았다.

어느 오후, 서울 위로 대왕고래 한 마리가 멈췄다. 고래는 헤엄치지 않고 배를 아래로 향한 채 오래 머물렀다. 도시의 사람들은 그 검은 윤곽 안에서 잠깐씩 쉬었다.

해가 질 무렵 고래의 눈에서 거대한 물방울 하나가 떨어졌다. 물방울은 지상을 향해 절반쯤 내려오다 멈췄다. 그리고 어느 쪽이 바다인지 망설이듯, 도시와 하늘 사이에 그대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