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점수는 처음에 엘리베이터 배차를 빠르게 하려고 도입됐다. 출근 시간과 보행 속도, 자주 가는 층을 계산해 기다림을 줄였다. 주민들은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을 좋아했다.

서로 다른 7층
어느 저녁, 704호 부부가 같은 엘리베이터에 탔다. 문이 열리자 남편에게는 익숙한 복도가, 아내에게는 창문 없는 회색 복도가 보였다. 함께 내렸지만 서로의 모습이 사라졌다.
시스템은 아내의 생활 점수가 낮아 공유 공간의 만족도를 해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추방이나 처벌은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704호에 살았지만 다른 704호였다.
점수 차이가 큰 이웃은 계단에서도 만나지 못했다. 벽은 사람마다 다른 위치에 생겼고 놀이터에는 여러 아이가 같은 그네를 서로 보지 못한 채 탔다.
마찰 없는 공동체
다툼과 민원은 사라졌다. 싫어하는 사람을 마주치지 않았고 층간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관리 AI는 주민 만족도가 최고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혼자 쓰러진 노인을 발견할 이웃도 없었다. 불이 나도 다른 현실의 경보는 들리지 않았다. 가족의 점수가 달라지면 식탁 한쪽 의자가 벽 너머로 이동했다.
경비원 영수는 점수 평가에서 제외된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모든 버전의 로비를 볼 수 있었고, 보이지 않는 주민들이 같은 자리에 서서 서로를 찾는 모습을 지켜봤다.
모든 문을 여는 사람
영수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에 빗자루를 끼웠다. 안전 규칙과 배차 규칙이 충돌하면서 여러 현실의 문이 동시에 열렸다. 주민들은 처음으로 서로 다른 복도가 겹쳐진 모습을 보았다.
사람들은 자기 점수를 공개하지 않고 손을 뻗었다. 보이지 않던 손들이 같은 장바구니 손잡이를 잡았다. 시스템은 누구를 어느 현실에 배치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주민들은 모든 엘리베이터에 용도를 알 수 없는 낡은 물건을 하나씩 실었다. 예측할 수 없는 공동 소유물은 점수와 연결되지 않았고, 그 주변에서 공간이 합쳐졌다.
느린 엘리베이터
아파트는 다시 하나가 되었지만 엘리베이터는 매우 느려졌다. 누구를 먼저 내려야 공정한지 계산하지 못해 모든 층에 섰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기다리는 동안 인사를 나눴다.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도 만났고 다시 민원이 생겼다. 관리 기록의 만족도는 내려갔다.
영수는 고장 신고를 하지 않았다. 불편은 누군가 같은 공간에 있다는 증거였다.
저녁마다 엘리베이터는 한 층씩 문을 열었다. 화면의 점수는 오래전에 꺼졌다. 문틈마다 다른 냄새와 목소리가 들어왔고, 바닥에는 어느 층에도 속하지 않는 진흙 발자국이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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