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의 첫 번째 층이 물에 잠긴 아침, 101호 문패가 저절로 떨어졌다. 젖지 않은 종이처럼 떠오른 문패는 201호 문 위에 붙었다.

위로 이사하는 법
문패가 옮겨가자 전자 열쇠와 전입 기록도 함께 바뀌었다. 101호 가족은 201호의 법적 거주자가 됐고, 원래 201호 사람은 301호로 밀려났다.
시는 이를 자동 이주 제도라고 불렀다. 침수된 주소를 없애지 않고 위층으로 보존하면 행정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건물의 층수는 늘지 않았다. 가장 위층에 도착한 주소는 옥상 난간에 붙었다. 그다음 날에는 갈 곳이 없었다.
계단의 가격
사람들은 매일 짐을 들고 한 층씩 올랐다. 엘리베이터는 오래전에 멈췄고 외부 계단에는 이삿짐과 사람이 얽혔다. 더 빨리 오르기 위해 가구를 버렸다.
상층 주민들은 계단 통행료를 받기 시작했다. 주소는 위로 갈 권리를 보장했지만 그곳까지 가는 길은 보장하지 않았다.
열쇠 수리공 복자는 자기 문패를 따라 오르면서 아래층에 남은 문들을 열었다. 잠긴 복도를 통로로 바꾸자 사람들은 통행료를 내지 않고도 이동할 수 있었다.
남겨 둔 층
복자의 손자는 밧줄 바구니로 물과 짐을 날랐다. 젊은 주민들은 건물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한 건물의 옥상이 차면 옆 건물의 빈 사무실로 건너갔다.
시는 주소가 건물을 벗어나면 효력이 없다고 경고했다. 주민들은 문패를 떼어 공동 식당의 긴 벽에 모았다. 각자의 집을 표시하던 것들이 하나의 대피소 이름이 됐다.
복자는 마지막까지 자기 열쇠를 버리지 못했다. 이미 물속에 잠긴 문을 열 수 있는 낡은 열쇠였다. 손자는 열쇠로 밧줄 매듭을 눌러 단단히 조였다.
주소가 멈춘 곳
바다는 결국 옥상 바로 아래까지 올라왔다. 더 옮겨 갈 층이 없자 문패도 움직임을 멈췄다. 행정망은 모든 거주자를 주소 불명으로 표시했다.
그날부터 주민들은 층과 호수 대신 다리와 식탁의 위치로 서로를 찾았다. 열쇠가 없어도 드나들 수 있는 방이 집이 됐다.
복자는 물 위에 뜬 자기 건물을 내려다봤다. 마지막 계단참에는 우편함 문짝과 젖은 화분 몇 개가 모여 있었다. 주소 표시는 구름 속으로 올라갔지만 배달 봉투 하나가 계단 난간에 정확히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