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CTION현실 지침 아님

박자를 들키면 안 되는 도서관

외계 생물은 큰 소리가 아니라 반복되는 리듬을 찾아왔다. 피난민은 시계와 심장 박동까지 제각각 어긋나게 만드는 법을 배웠다.

외계 생물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가로등 불빛이 휘거나 유리창의 빗물이 빈 몸을 돌아 흐를 때만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모두 소리를 듣는 포식자라고 생각했다.

공공도서관의 책장과 색인 카드, 사람들의 동작이 서로 어긋난 박자와 간격으로 반복되는 허구 장면 (AI 생성 삽화)
AI 창작 삽화허구 장면도서관은 조용해서 안전한 곳이 아니었다.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법을 배우기에 좋은 곳이었다.생성: OpenAI ImageGen

세 번째 간격

천둥과 폭발에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그러나 횡단보도 신호음이 세 번 반복되자 생물들이 도시 전체에서 모였다. 그들은 음량이 아니라 간격을 추적했다.

사람들은 시계를 멈췄다. 세탁기, 환풍기, 방향지시등처럼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기계도 껐다. 걷는 발걸음마저 같은 속도로 세 번 이어지지 않게 했다.

도서관 피난민들은 책장을 옮길 때 각자 다른 순간에 움직였다. 문을 두드리는 대신 한 번 긁고 오래 기다렸다. 말은 가능했지만 운율과 후렴은 위험했다.

심장의 리듬

아이 준은 잠든 사람의 심장도 반복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생물들은 왜 모든 사람을 찾지 못하는지 의문이었다. 심장은 사람마다 조금씩 흔들리고 서로의 박동이 겹쳐 완벽한 반복을 깨뜨렸다.

혼자 있는 사람이 더 위험했다. 도서관은 사람을 흩어 놓지 않고 가까이 재웠다. 수십 개의 다른 심장이 하나의 불규칙한 소음이 됐다.

문제는 메트로놈을 수집하던 음악실이었다. 전기가 돌아온 밤, 보관함 안 기계 하나가 움직였다. 세 번째 딱 소리가 나기 전에 준이 추를 손으로 잡았다.

도시의 엇박자

피난민들은 도시의 신호 체계를 바꿨다. 가로등은 제멋대로 깜박였고 버스 문은 매번 다른 시간에 닫혔다. 사람들은 함께 노래하지 못했지만 서로 다른 박자로 같은 곡을 연주했다.

외계 생물들은 방향을 잃었다. 유리벽 밖의 왜곡된 몸들이 서로 충돌하고 흩어졌다. 지구는 기계가 만든 정확한 리듬을 버리자 다시 생물의 불규칙함을 되찾았다.

준은 종이로 진자를 만들었다. 흔들릴 때마다 길이가 조금씩 줄어 주기가 달라졌다. 아이들은 그것을 시계가 아니라 살아 있는 시간이라고 불렀다.

다시 맞는 박자

몇 달 뒤 생물들은 도서관 앞에 멈춰 세 번이 아닌 네 번, 다섯 번의 간격을 만들었다. 그들도 학습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공격인지 대답인지 알 수 없었다.

준은 진자를 창가에 걸었다. 종이는 제각각 흔들리다가 바람이 멎는 순간 잠깐 같은 박자를 만들었다. 외계 생물들은 다가오지 않고 그 리듬을 따라 흔들렸다.

처음으로 사람과 생물이 서로를 사냥하지 않는 반복이 생겼다. 단 세 번만 지속된 뒤 다시 어긋났다.

합주는 열두 박자에서 끝났다. 누구도 녹음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책상 아래에서 손가락 하나가 열세 번째 박자를 두드렸고, 서고 안쪽의 무언가가 같은 간격으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