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CTION현실 지침 아님

한강은 버린 물건을 돌려보냈다

강에서 올라온 거대한 생명체는 삼킨 쓰레기를 원래 주인에게 하나씩 돌려줬다. 받기를 거부한 물건은 몸속에서 자라 괴물을 더 크게 만들었다.

새벽 다섯 시, 물이 빠진 둔치에서 거대한 투명 생명체가 올라왔다. 몸 안에는 자전거와 선풍기, 수천 개의 비닐 조각이 천천히 떠다녔다.

한강 물가에 신발과 주전자, 자전거 같은 버린 물건이 되돌아와 놓이고 화면 밖 거대 생명체의 물결만 남은 허구 장면 (AI 생성 삽화)
AI 창작 삽화허구 장면강은 쓰레기를 치우지 않았다. 누가 버렸는지 기억한 채 원래 자리로 돌려보냈다.생성: OpenAI ImageGen

돌아온 자전거

생명체는 경비원 동식 앞에 녹슨 자전거를 내려놓았다. 스무 해 전 이사하며 강둑에 버린 것이었다. 동식이 자기 것이라고 말하자 자전거는 진흙 위에 남고 생명체의 몸이 조금 작아졌다.

다른 주민은 낡은 의자를 모른다고 했다. 의자는 몸속에서 두 개가 됐다. 거짓말이 이어질수록 생명체는 둔치를 덮고 아파트 계단까지 올라왔다.

시는 괴물을 제거하겠다며 강변을 봉쇄했다. 그러나 포크레인과 차단막도 과거에 버려진 금속과 플라스틱을 만나 몸의 일부가 됐다.

소유자 찾기

주민들은 오래된 사진과 영수증을 모았다. 물건의 주인을 찾아 인정하게 하면 괴물이 작아졌다. 죽은 사람의 물건은 가족이 대신 받았다.

기업은 로고를 지우고 책임을 부정했다. 같은 모양의 페트병과 포장재가 생명체 안에서 끝없이 늘어났다. 개인이 가져갈 수 없는 쓰레기가 대부분이었다.

동식은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비워 되돌아온 물건을 쌓았다. 집보다 큰 창고가 됐지만 강의 생명체는 처음으로 제방 아래로 물러났다.

쓸모의 두 번째 이름

수리공과 아이들이 물건을 분해했다. 자전거 바퀴는 손수레가 됐고 선풍기 모터는 물을 퍼 올렸다. 다시 쓰인 물건은 생명체의 기억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

주인을 찾을 수 없는 것에는 마을 이름을 붙였다. 모두의 것이라고 인정하자 복제가 멈췄다. 책임을 나누는 일은 소유를 나누는 일이기도 했다.

생명체는 작아졌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몸 안 깊은 곳에는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는 가루와 조각이 남아 있었다.

강가의 보관소

주민들은 봉쇄선을 걷고 강 옆에 열린 보관소를 만들었다. 돌려받은 물건과 그 사연을 남기되, 버린 사람을 벌주는 명단은 만들지 않았다.

생명체는 비 오는 밤마다 작은 물건 하나를 가져왔다. 사람들은 먼저 자기 것인지 살피고, 아니라면 누가 쓸 수 있을지 물었다.

동식의 자전거는 다시 달리지 못했다. 앞바퀴는 공동 손수레에 달렸고 안장은 보관소 의자가 됐다. 강변을 지날 때마다 녹슨 벨이 혼자 울렸지만 한강은 그 소리까지 돌려보내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