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CTION현실 지침 아님

요격 뒤에는 더 많은 하늘이 떨어졌다

소행성 요격은 성공했지만 수천 개 파편이 모든 무선 신호를 따라 지상으로 꺾였다. 살아남으려면 서로의 목소리를 끊어야 했다.

요격 성공 발표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순간, 부산항의 중계탑 세 곳이 동시에 불탔다. 파편은 우연히 떨어진 것이 아니라 전파를 따라 방향을 틀었다.

콘크리트 대피소의 낡은 라디오와 전선 위로 수많은 우주 파편과 붉은 신호 자국이 이어지는 허구 장면 (AI 생성 삽화)
AI 창작 삽화허구 장면지구를 구했다는 첫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파편은 그 방송을 따라 내려왔다.생성: OpenAI ImageGen

승리의 잔해

큰 소행성 하나는 사라졌다. 대신 밤하늘에 수천 개의 작은 불빛이 생겼다. 휴대전화 기지국과 방송탑, 선박 무전기가 켜질 때마다 불빛이 지상으로 휘었다.

도시는 모든 송신을 중단했다. 화면에는 신호 없음만 남았고 구조 요청도 사라졌다. 파편이 적게 떨어진 첫날을 사람들은 조용한 승리라고 불렀다.

무전 기사 수진은 산복도로 옥상에서 수신기만 켰다. 들을 수는 있었지만 대답할 수 없었다. 헤어진 가족들의 호출 부호가 잡음 사이로 반복됐다.

목소리의 무게

짧은 신호는 작은 파편 하나를 끌었다. 긴 문장은 여러 개를 불렀다. 사람들은 한 번의 송신에 몇 음절을 쓸지 계산했다.

수진은 위치 대신 색과 횟수를 정했다. 옥상에 붉은 천을 걸면 약이 필요하다는 뜻, 거울을 세 번 비추면 생존자가 있다는 뜻이었다. 골목은 말 없는 통신망이 됐다.

하지만 바다 건너 섬에는 천과 거울이 닿지 않았다. 한 아이는 매일 같은 시각 헤드폰을 쓰고 어머니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세 음절

마침내 섬에서 희미한 호출이 왔다. 아이의 이름 세 음절이었다. 수진은 송신기 전원을 올렸다. 답하면 파편이 옥상으로 올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주민들은 안테나를 버려진 채석장까지 길게 연결했다. 송신기는 옥상에 두고 전파가 나가는 끝만 도시 밖으로 옮겼다. 수진은 아이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아이는 살아 있다고 세 음절로 답했다. 하늘의 불빛이 방향을 틀어 산 너머로 사라졌다. 잠시 뒤 먼 곳에서 낮은 진동이 왔다.

말하지 않고 이어지는 것

그 뒤 도시는 긴 방송을 다시 시작하지 않았다. 소식은 옥상에서 옥상으로 손과 천, 종이 쪽지로 이동했다. 느렸지만 파편을 부르지 않았다.

수진은 매일 한 번만 수신기를 켰다. 섬의 목소리는 다시 들리지 않았지만 아이는 더 이상 이름을 호출하지 않았다. 둘이 살아 있다는 대답은 이미 건넸다.

하늘에는 수백 개의 불빛이 남아 있었다. 라디오마다 서로 다른 파편 통과 시각이 속삭여졌다. 지하실의 누군가 세 번 노크하자, 벽 건너에서 두 번의 답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