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회관 창고에서 발견된 책에는 다음 날의 장면이 적혀 있었다. 일곱 의자와 종 하나, 켜지지 않은 촛불. 그대로 준비하자 달력에서 하루가 사라졌다.

사라진 화요일
월요일 밤이 지나자 수요일 아침이 왔다. 사람들은 화요일을 기억했지만 누구도 그날을 살지 못했다. 예약과 생일, 수술 일정이 한꺼번에 과거가 됐다.
예언서의 다음 장에는 더 평범한 일이 적혀 있었다. 빨간 우산을 든 사람이 회관 앞을 지나간다는 문장이었다. 누군가 그대로 지나자 또 하루가 없어졌다.
책을 태우려 했지만 글자는 다른 종이와 화면에 나타났다. 예언을 모르는 사람이 우연히 재현해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틀리게 하는 사람들
중학생 재희는 일곱 의자를 여덟 개로 바꿨다. 종 대신 냄비를 놓고 촛불을 켰다. 그날 예언은 실패했고 다음 날이 정상적으로 왔다.
주민들은 문장마다 어긋나는 역할을 정했다. 빨간 우산은 펼치지 않고 들었고, 정오의 모임은 1분 일찍 시작했다. 정확한 실수가 도시를 지켰다.
곧 예언을 완성해야 구원받는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미래가 짧아져야 고통도 끝난다고 믿었다. 회관의 작은 실수들은 방해 행위가 됐다.
완벽한 마지막 장
마지막 예언에는 동네 사람 전원이 같은 방에서 종을 듣는 장면이 있었다. 한 명이라도 빠지면 성립하지 않았다. 완성되면 남은 날짜가 모두 사라질 것 같았다.
주민들은 도망치는 대신 모였다. 그러나 누구도 같은 방향을 보지 않았고 의자는 제각각 놓였다. 종을 든 사람은 치지 않고 옆 사람에게 건넸다.
재희는 빈 의자 하나를 계속 옮겼다. 예언은 사람 수를 셀 수 없었다. 밤새 달력 종이는 한 장도 사라지지 않았다.
쓰이지 않은 날
아침이 오자 예언서의 마지막 문장이 흐려졌다. 대신 빈 페이지가 수백 장 생겼다. 사람들은 거기에 미래를 쓰지 않았다.
회관은 매일 가구 배치를 바꿨고 약속 시간에는 일부러 여유를 뒀다. 예언을 피하기 위한 습관은 곧 서로에게 다른 선택을 허용하는 문화가 됐다.
재희는 달력에 다음 달 날짜를 손으로 그렸다. 숫자 18은 번졌고 23은 두 번 적혔다. 예언서의 빈 페이지는 밤새 그대로였으며, 틀린 달력은 새벽마다 한 장씩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