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CTION현실 지침 아님

같은 이웃이 두 번 귀가했다

세탁실 유리문 양쪽에 똑같은 사람이 섰다. 복제된 이웃은 기억까지 같았지만, 한쪽만 어제 널어 둔 옷의 주름을 틀리게 기억했다.

복제는 비 오는 밤에 시작됐다. 베란다 화분에서 흰 알갱이가 돋았고, 잠든 사람 옆에 같은 얼굴이 누웠다. 아침이면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원래 주인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복도에 거의 같은 이웃과 현관문, 신발과 화분이 반복되지만 작은 배치만 서로 다른 허구 장면 (AI 생성 삽화)
AI 창작 삽화허구 장면두 사람은 같은 이름과 기억을 말했다. 세탁실의 구겨진 소매만 어느 쪽이 이 집의 시간을 살았는지 알고 있었다.생성: OpenAI ImageGen

완벽한 두 사람

복제된 사람은 이름과 가족, 비밀번호까지 알았다. 어린 시절의 흉터도 같은 자리에 있었다. 거짓말 탐지기와 지문은 둘을 구분하지 못했다.

차이는 사소한 데서 나왔다. 복제는 깨진 접시의 금을 기억하지 못했고, 늘 삐걱거리던 문을 똑바로 닫으려 했다. 완벽하지 않은 사물은 기억 속에서 자동으로 고쳐져 있었다.

세탁실을 지키던 영자 할머니는 옷의 주름을 보기 시작했다. 원본은 어제 널어 둔 셔츠의 접힌 방향을 몸으로 기억했다. 복제는 셔츠가 원래 평평했다고 주장했다.

결함을 만드는 사람들

주민들은 집 안에 작은 흠을 남겼다. 컵 손잡이를 조금 깨고 액자를 기울였다. 가족끼리만 아는 비밀은 복제도 알았지만, 방금 생긴 흠은 알지 못했다.

그러나 복제들도 배우기 시작했다. 일부러 물건을 깨고 자기만의 불완전함을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자 원본과 복제를 가르는 시험은 다시 무의미해졌다.

더 큰 문제는 원본도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피곤한 사람은 어제의 주름을 틀리게 기억했고, 복제는 오히려 정확히 맞혔다. 주민들은 누구를 내보내야 하는지 결정하지 못했다.

두 배가 된 아파트

사람들은 어느 쪽도 추방하지 않기로 했다. 한 세대에 두 가족이 살며 일을 나눴다. 복제는 감정이 없지 않았고 원본보다 잔인하지도 않았다. 다만 자신이 대체품이라는 말을 견디지 못했다.

집과 식량은 부족해졌다. 복제의 복제까지 생기자 아파트 인구는 매주 두 배로 늘었다. 화분을 버려도 흰 씨앗은 배수관을 타고 돌아왔다.

영자는 모든 주민에게 옷 한 벌씩을 주었다. 손으로 꿰매 모양이 제각각인 옷이었다. 원본과 복제는 같은 옷을 입을 수 없었고, 각자 새 주름을 만들었다.

원본이 없는 날

한 달 뒤 누구도 첫 번째 사람을 증명할 수 없게 됐다. 주민 명부에는 같은 이름 옆에 서로 다른 옷의 특징이 적혔다. 사람들은 원본 대신 오늘 누구였는지로 서로를 불렀다.

흰 씨앗은 더 이상 사람을 복제하지 않았다. 화분에서는 작고 불규칙한 잎이 자랐다. 완벽한 복제가 가득한 곳에서 외계 생명도 결함을 배운 듯했다.

영자는 세탁실 유리에 비친 자신을 보았다. 어느 날부터 거울 속 사람이 먼저 움직이는 것 같았지만 확인하지 않았다.

그는 소매에 새 주름을 만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현관의 두 사람은 같은 얼굴로 서로의 팔꿈치를 확인했다. 한쪽 천에만 아직 다리미로 지울 수 없는 접힌 자국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