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사흘째, 은경은 갈비뼈 통증을 숨기고 배급 줄에 섰다. 괜찮다고 말하는 순간 피부 아래에서 얇은 판이 자라 가슴을 덮었다.

보호하는 병
처음 외피는 유용해 보였다. 돌과 유리를 막아냈고 추위도 덜 느꼈다. 사람들은 두렵지 않다, 아프지 않다고 반복해 몸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판이 겹치면 관절이 굽지 않았다. 목을 감싼 사람은 도움을 청할 수 없었고, 눈가가 굳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표정을 읽지 못했다.
의료 지식이 있던 고등학생 다온은 외피 아래 상처가 낫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갑옷은 치료가 아니라 통증을 숨기는 모양이었다.
정확히 아픈 곳
다온은 약 대신 질문을 건넸다. 어디가 언제부터 얼마나 아픈지 말하게 했다. 구체적으로 대답한 사람의 외피에는 가느다란 금이 갔다.
은경은 처음에 입을 열지 못했다. 가족을 지켜야 하니 약해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가슴의 판은 턱 아래까지 자랐다.
이웃들은 충고하지 않고 자기 상태부터 말했다. 무섭다, 잠을 못 잤다, 왼쪽 무릎이 붓는다고 차례로 털어놓았다. 세탁실 바닥에 껍질 조각이 떨어졌다.
벗겨진 사람
외피가 벗겨진 피부는 약하고 차가웠다. 주민들은 갑옷을 잃은 사람을 배급과 경계 근무에서 제외하지 않았다. 대신 일을 나누고 상처를 감쌌다.
끝까지 괜찮다고 주장한 관리소장은 목과 팔이 완전히 굳었다. 아무도 강제로 판을 깨지 않았다. 매일 옆에 앉아 오늘 불편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어느 밤 관리소장이 손가락 하나가 아프다고 말했다. 손등의 작은 판 한 장이 떨어졌다. 그 말은 짧았지만 몇 주 만에 처음 나온 정확한 대답이었다.
갑옷 없는 경계
밖의 변이는 끝나지 않았다. 세탁실 사람들도 다시 두려움을 숨기면 외피가 돋았다. 그래서 아침마다 몸과 마음의 상태를 확인했다.
은경은 갈비뼈가 낫기 전까지 무거운 물을 들지 않았다. 대신 다른 사람의 말을 기록하고 진료 순번을 정했다. 약해진 자리가 새로운 역할이 됐다.
재난이 끝났다는 방송은 나오지 않았다. 대피소 바닥에는 벗겨진 갑옷 조각이 얇은 비늘처럼 쌓였다. 누군가 통증을 말할 때마다 금속 한 조각이 떨어져 작은 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