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이 끝났다는 방송은 없었다. 어느 날부터 새 환자가 오지 않았고, 병원 운동장에 남은 사람들이 폐교로 옮겨 갔다. 체육관 무대는 창고가 됐다가 겨울이 지나며 다시 무대가 됐다.

관객 없는 첫 공연
배우였던 사람은 없었다. 정비사는 조명을 달고, 요리사는 냄비를 두드려 음악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기억나지 않는 동화를 이어 붙였다. 살아남은 사람 열일곱 명이 배우이자 관객이었다.
첫 공연이 끝났을 때 빈 의자에서 박수 소리가 났다. 의자마다 놓아둔 고장 난 녹음기가 동시에 돌아갔다. 테이프에는 아무것도 녹음되어 있지 않았는데 박수 뒤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맨 앞줄에 앉은 남자의 아내였다. 목소리는 오늘 공연의 마지막 장면이 좋았다고 말했다. 한 문장이 끝나자 테이프도 멈췄다.
돌아오는 한 문장
다음 날 무대에는 각자의 가족사가 올랐다. 아무 박수도 나오지 않았다. 유행의 마지막 날을 정확히 재현해도 녹음기는 침묵했다.
아이들이 존재하지 않는 바다 도시 이야기를 만들었을 때 다시 박수가 났다. 빈 객석은 사실을 되풀이할 때가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이 새로운 결말을 상상할 때만 목소리를 돌려줬다.
공연은 마을의 의식이 됐다. 듣고 싶은 한 문장을 위해 우주선, 용, 말을 하는 나무가 무대에 올랐다. 돌아온 목소리는 대답이 아니라 늘 공연에 대한 짧은 감상이었다.
마지막 테이프
해가 바뀔수록 녹음기는 하나씩 고장 났다. 수리해도 테이프가 돌지 않았다. 빈 의자의 수는 그대로였지만 돌아오는 목소리는 줄었다.
무대 감독 소라는 어머니 목소리를 아직 듣지 못했다. 그는 더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면 될 거라 생각해 한 달 동안 공연을 준비했다. 그러나 화려한 마지막 장면 뒤에도 박수는 없었다.
소라는 대본을 내려놓고 관객에게 자신이 지쳤다고 말했다. 아이 한 명이 무대로 올라와 결말을 바꿨다. 주인공은 세상을 구하지 않고 조명이 꺼진 뒤 모두와 저녁을 먹는다고 했다.
박수 없는 다음 날
빈 의자에서 마지막 박수가 울렸다. 어머니의 목소리는 공연이 짧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소라는 웃었고, 그날 밤 모든 녹음기가 동시에 멈췄다.
다음 공연에는 빈 의자를 치우자는 의견이 나왔다. 의자는 남았고 녹음기만 창고로 돌아갔다. 떠난 이를 불러내는 자리에서 아직 오지 않은 관객의 자리로 쓰임이 바뀌었다.
몇 년 뒤 다른 마을 사람들이 체육관을 찾았다. 그들은 빈 의자에 앉아 처음 보는 배우들의 이야기에 박수쳤다. 어떤 목소리도 돌아오지 않았지만 공연은 계속됐다.
소라는 객석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다음 대사를 말했다. 맨 뒤 접이식 의자 하나가 천천히 내려앉았다. 박수는 없었고, 무대 감독은 그 소리를 공연 시작 신호로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