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상가의 첫 괴물은 눈을 돌린 3초 동안 천장까지 자랐다. 누군가 손전등을 비추자 주먹만 한 주름으로 줄어 기둥 뒤에 숨었다.

녹화되지 않는 규칙
생존자들은 방범 카메라를 모두 켰다. 화면에는 괴물이 작게 보였지만 실제 복도에서는 계속 자랐다. 기계가 보는 것과 사람이 보는 것은 달랐다.
휴대전화로 촬영해도 소용없었다. 렌즈 뒤 사람이 화면을 보지 않는 순간 형체가 불어났다. 녹화 영상을 나중에 보는 동안에도 크기는 변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출구보다 사각지대를 먼저 찾았다. 꺾인 복도, 셔터 뒤, 천장 배관 사이마다 작은 형체가 숨어 있었다.
시선 교대
한 사람이 오래 바라보면 눈이 마르고 환영이 생겼다. 주민들은 두 명씩 짝을 지어 번갈아 눈을 깜빡였다.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는 것이 교대 신호였다.
거울 가게의 노인 미옥은 손거울을 모아 모서리마다 세웠다. 반사된 모습도 사람이 현재 보고 있으면 효과가 있었다. 복도는 수십 개의 시선으로 이어졌다.
아이는 바닥에 붉은 실을 놓아 누가 어느 방향을 맡는지 표시했다. 실이 끊긴 곳은 시선도 끊기는 곳이었다.
눈을 감는 방
잠이 가장 큰 문제였다. 전원이 남은 한 상점에 모두 모였지만, 동시에 잠들면 벽 안의 형체가 커졌다. 사람들은 시간을 나눠 깨어 있었다.
미옥은 괴물이 보이지 않는 곳을 없애려 하지 않았다. 대신 아주 작은 형체 하나를 투명한 유리 상자에 두고 번갈아 지켜봤다. 다른 형체들은 같은 시선 안에서 더 자라지 않았다.
괴물을 가두는 일은 누군가 계속 곁에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감옥이라기보다 끝나지 않는 돌봄에 가까웠다.
서로를 보는 출구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주민들은 한 줄로 이동했다. 앞사람은 출구를 보고 뒷사람은 지나온 복도를 봤다. 중간 사람들은 거울로 양쪽을 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미옥은 유리 상자를 품에 들었다. 괴물은 손바닥보다 작았고 수십 개 눈동자에 둘러싸여 있었다.
마지막 교대자는 새벽 네 시에 의자를 다음 사람에게 넘겼다. 상자는 여전히 희미하게 꿈틀거렸고, 맞은편 주민은 졸린 눈으로 손을 흔들었다. 둘 사이의 전등만 밤새 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