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CTION현실 지침 아님

연료는 목적지를 잊으면 돌이 됐다

남은 연료는 차에 탄 사람들이 같은 목적지와 이유에 합의할 때만 액체로 돌아왔다. 도로 위의 생존자들은 출발보다 결정에 더 오래 걸렸다.

춘천행 버스는 휴게소 출구에서 멈췄다. 탱크 안의 경유가 호박색 돌로 변했고, 승객들이 내리자 다시 조금 녹았다.

버려진 버스 출발점의 지도와 열쇠, 돌처럼 굳은 연료 위에서 여러 사람의 손이 붉은 실로 하나의 경로를 고르는 허구 장면 (AI 생성 삽화)
AI 창작 삽화허구 장면탱크에는 연료가 남아 있었다. 부족한 것은 모두가 함께 갈 이유였다.생성: OpenAI ImageGen

서로 다른 도착지

운전기사 영호는 고장을 의심했다. 그러나 같은 현상이 모든 차에서 일어났다. 가족이 병원을 말하고 다른 승객이 식량 창고를 말하는 순간 연료가 굳었다.

목적지 이름만 맞춰서는 움직이지 않았다. 왜 가는지도 같아야 했다. 억지로 대답을 외운 사람의 마음이 바뀌면 엔진은 도로 한가운데서 멈췄다.

작은 차들은 빠르게 떠났다. 의견이 같은 가족이나 조직은 유리했다. 많은 사람과 물자를 실을 수 있는 버스는 합의가 어려워 가장 오래 서 있었다.

떠나지 못하는 회의

승객들은 빈 지도 둘레에 앉았다. 약이 필요한 사람은 도시를, 씨앗을 가진 농부는 산간 마을을 원했다. 어느 쪽도 틀리지 않았다.

영호는 장소 대신 이유부터 물었다. 모두가 원하는 것은 다음 계절까지 아이와 환자를 살릴 거점이었다. 병원과 밭이 함께 있는 폐교가 중간에 있다는 기억이 나왔다.

누구도 완벽한 목적지라고 믿지 않았다. 하지만 먼저 확인하고 돌아오자는 임시 합의에는 동의했다. 탱크의 결정이 천천히 녹았다.

움직이는 약속

버스가 출발한 뒤 한 승객이 창고부터 들르자고 주장했다. 연료가 다시 굳고 차가 멈췄다. 사람들은 그를 내쫓지 않고 길가에서 회의를 다시 열었다.

목적지는 한 번 정하면 바꿀 수 없는 명령이 아니었다. 모두가 이유를 확인하고 변경에 동의하면 연료는 다시 액체가 됐다. 느리지만 누구도 버려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동 거리보다 합의가 유지된 시간을 기록했다. 버스는 하루에 몇 킬로미터밖에 가지 못했지만 작은 차량보다 많은 사람을 함께 옮겼다.

도착보다 오래 남은 것

폐교에는 병원도 완성된 밭도 없었다. 대신 우물과 빈 교실, 햇빛 드는 운동장이 있었다. 승객들은 그곳을 거점으로 만들기로 다시 합의했다.

버스의 남은 연료는 액체 상태로 유지됐다. 누구도 당장 떠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량은 이동 수단에서 공동 창고가 됐다.

다음 출발표

영호는 열쇠를 운동장 한가운데 놓인 유리병에 넣었다. 버스 창문에는 아직 행선지가 없었다. 이튿날 아침 누군가 칠판에 세 곳의 이름을 적었고, 탱크 안에서 돌이 녹는 소리가 천천히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