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짜리 정전에서 사고가 나는 지점은 대개 어둠 자체가 아니다. 어둠을 밝히려고 켠 불, 추위를 견디려고 태운 것, 그리고 열어 본 냉장고 문이다. 국민안전24와 미국 환경보호청의 안내를 겹쳐 보면 첫 한 시간의 우선순위가 분명해진다.
첫 5분: 불빛과 범위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빛이고, 그 빛은 불꽃이 아니어야 한다. 국민안전24의 태풍 행동요령은 정전 시 촛불 대신 손전등을 사용하라고 안내한다. 어두운 집에서 촛불은 조명 하나를 얻는 대신 화재 위험 하나를 들이는 선택이다. 휴대폰 손전등도 당장은 쓸 수 있지만, 통신과 정보 확인에 필요한 배터리를 함께 쓴다는 점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빛을 확보했다면 범위를 본다. 우리 집만 어두운지, 복도와 이웃집과 가로등까지 함께 꺼졌는지에 따라 다음 행동이 갈린다. 우리 집만이라면 국민안전24의 전기·가스 사고 행동요령대로 차단기 상태부터 확인한다. 건물이나 지역 전체라면 확인할 것은 차단기가 아니라 복구 안내다.

차단기와 전기 기기
차단기를 다룰 때의 전제는 하나다. 국민안전24는 전기 기기와 플러그를 젖은 손으로 만지지 말라고 안내한다. 정전이 비나 침수와 함께 왔다면 이 전제가 더 중요해진다. 물이 고인 자리, 젖은 신발, 젖은 손은 그 자체로 판단을 미룰 이유가 된다.
차단기가 내려가 있다면 원인이 될 만한 기기의 플러그를 먼저 뽑고 올린다. 올리자마자 다시 내려간다면 그 자리에서 반복하지 않는다. 반복해서 내려가는 차단기는 부하 문제가 아니라 설비 문제일 수 있고, 그때부터는 전문 기관의 영역이다.
정전이 계속되면 국민안전24 안내대로 한국전력 123으로 신고한다. 복구 예정 시각을 알게 되면 냉장고를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 외출이 나은지 같은 이후 판단이 훨씬 쉬워진다.
냉장고와 냉동고 안의 시간
정전 중 냉장고에 대한 가장 유용한 지침은 “열지 않는다”이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문을 닫아 두면 냉장고가 약 4시간 동안 식품을 차갑게 유지한다고 안내한다. 냉동고도 확인하려고 문을 여는 대신 그대로 닫아 둔다.
이 시간은 문을 닫아 둔 상태를 전제한다. 확인하려고 문을 여는 행동이 그 시간을 깎는다. 냉동고가 절반만 찼다면 남은 공간에 얼린 물병을 넣어 두는 편이 다음 정전에서 유리하다.
복구된 뒤에는 외관이나 냄새만 믿지 않는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냉동 식품에 얼음 결정이 남아 있거나 온도가 4.4℃ 이하인지 확인하고, 냉장 식품은 정전 시간과 온도를 기준으로 판단하라고 안내한다. 상한 식품이 반드시 겉모습이나 냄새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실내에서 태우지 않는다
정전이 추위나 더위와 겹치면 사람들은 무언가를 태우기 시작한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정전 시 가스레인지, 오븐, 그릴 같은 연소기구로 집을 덥히지 말라고 명시한다. 발전기는 실내에서 절대 돌리지 않고, 실외에서도 창문과 문, 환기구에서 충분히 떨어뜨려 사용한다.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갖추라는 권고도 같은 문서에 있다.
이유는 냄새로 알 수 없는 기체 때문이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은 일산화탄소 중독이 두통, 어지럼, 메스꺼움, 혼란 같은 증상을 일으킨다고 설명한다. 이 증상들은 감기나 피로와 구별하기 어렵지만, 한 가지 특징이 있다. 같은 공간에 있는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나타나고, 그 공간을 벗어나면 나아진다.
의심되는 순간의 행동은 확인이 아니라 이동이다. 창문을 열고 사람을 신선한 공기가 있는 밖으로 데리고 나온 뒤 응급 도움을 받는다. 원인을 찾겠다고 실내에 남아 있는 시간이 가장 위험하다.
장기 정전과 의료기기는 따로 대비한다
여기까지의 행동은 몇 시간 안에 복구되는 정전을 기준으로 한다. 며칠 이상 이어질 가능성이 생기면 급수, 난방, 식량 계획을 장기 정전 대비로 전환한다. 복구 시각은 추측하지 말고 전력 회사와 지자체 안내로 확인한다.
전기에 의존하는 의료기기를 쓰는 사람은 별도의 정전 계획이 필요하다. 대체 전원의 용량과 사용 시간, 연락 체계는 기기 제조사·의료진·관할 기관과 미리 확인한다. 배선과 설비는 직접 손보지 말고, 발전기는 제품 설명과 소방 지침을 따른다. 삽화를 설비 구조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