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아픈 사람이 생기면 대개 소독부터 떠올린다. 그런데 질병관리청과 세계보건기구가 공통으로 앞에 두는 것은 강한 약품이 아니라 손과 공기다. 순서를 바꾸면 노력은 늘고 효과는 줄어든다.
손 위생이 먼저인 이유
질병관리청은 비누와 물로 30초 이상 손을 씻으라고 안내한다. 30초는 생각보다 길다. 물을 틀고 비누를 묻히고 헹구는 동작을 습관대로 하면 대개 10초 안에 끝나기 때문에, 시간을 재 보기 전에는 자기가 얼마나 씻는지 알기 어렵다.
손소독제의 자리도 정해져 있다. 질병관리청은 물과 비누를 쓸 수 없을 때에 한해 알코올 60퍼센트 이상의 손소독제를 쓰라고 안내한다. 대체재이지 기본이 아니라는 뜻이다. 집 안에는 대개 세면대가 있으므로, 소독제를 현관에 두더라도 기본은 손 씻기로 둔다.
씻는 시점은 횟수보다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의 가정 돌봄 안내는 아픈 사람과 접촉하기 전과 후에 손 위생을 지키라고 안내한다. 식사 준비, 투약을 돕는 일, 빨래를 옮기는 일 모두 이 전후에 해당한다. 질병관리청의 인플루엔자 안내도 손 씻기와 기침 예절을 확산을 줄이는 기본 수칙으로 든다.
환기는 어디까지 하는가
세계보건기구는 안전하게 할 수 있다면 창문과 문을 열어 실내 공기를 바꾸라고 안내한다. “안전하게 할 수 있다면”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 한파나 폭염, 심한 대기오염, 낙상이나 추락 위험이 있는 창문은 이 조건에 걸린다. 이때는 창을 활짝 여는 대신 짧게 여러 번 여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같은 문서가 함께 말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환기는 여러 대책을 함께 쓰는 층위적 접근의 한 부분이라는 점이다. 창문을 열어 두었으니 손 씻기나 거리 두기를 생략해도 된다는 결론은 원문의 취지와 반대다. 각각의 대책은 다른 대책을 대신하지 않는다.

아픈 사람이 있는 집의 공간과 표면
세계보건기구의 가정 돌봄 안내는 코로나19 환자를 집에서 돌보는 상황을 전제로 네 가지를 제시한다. 가능하면 환기가 잘 되는 별도의 방을 쓰고, 건강한 보호자 한 명이 돌보고, 접촉 전후에 손 위생을 지키고, 자주 만지는 표면을 매일 청소하고 소독하는 것이다.
“가능하면”이라는 단서는 현실을 반영한다. 원룸이나 방 하나를 여럿이 쓰는 집에서 공간 분리는 선택지가 아닐 수 있다. 그럴 때 남는 수단은 환기를 늘리고, 접촉 전후 손 위생을 지키고, 표면을 관리하는 쪽이다. 돌보는 사람을 여러 명으로 늘리지 않는 것도 그 자체로 노출을 줄인다.
표면은 범위를 좁히는 편이 낫다. 세계보건기구는 아픈 사람이 만진 표면과 물건을 매일 청소하고 소독하라고 안내한다. 문손잡이, 스위치, 수도꼭지, 리모컨처럼 하루에 여러 번 손이 닿는 것부터 관리하면 집 전체를 무리하게 닦는 계획보다 유지하기 쉽다.
진료와 응급으로 넘어가는 신호
집에서 관리할 수 있는 범위에는 끝이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숨쉬기 어려움, 가슴 통증, 혼란, 말하기나 움직임의 상실을 즉시 도움이 필요한 응급 신호로 든다. 이 신호들 앞에서는 관찰이 아니라 이동이다.
응급까지는 아니어도 진료가 필요한 구간이 따로 있다. 질병관리청의 인플루엔자 안내는 고열이 이어지거나 기침, 가래, 숨쉬기 어려움이 지속되면 진료를 통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고령자, 만성질환자, 영유아처럼 합병증 위험이 더 큰 집단에서는 같은 증상이라도 기다리는 시간을 줄인다.
감염병별 안내를 따를 때
공간 분리와 돌봄 방식은 세계보건기구의 코로나19 가정 돌봄 안내를 기준으로 삼았다. 모든 감염병에 그대로 적용되는 규칙은 아니다. 질병마다 전파 경로와 격리 기간이 다르므로, 원인이 확인됐다면 해당 감염병에 대한 보건 당국의 지침을 먼저 따른다.
격리 기간, 검사 시점, 약물과 치료는 감염병별 안내와 의료진의 판단이 필요하다. 소독제의 종류와 희석 방법도 제품 표시와 보건 당국의 지침을 확인한다. 삽화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재구성이며 물품 배치나 동선의 기준으로 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