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서 불이 났을 때 가장 먼저 갈리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소방청의 아파트 화재 피난안전대책은 불이 난 위치와 우리 집으로 연기가 들어오는지에 따라 행동을 나눈다. 무조건 계단으로 뛰어나가는 대응은, 그 계단이 이미 연기로 차 있을 때 오히려 피해를 키울 수 있다.
우리 세대인가, 다른 곳인가
불이 우리 세대 안에서 났고 현관으로 나갈 수 있다면 밖으로 대피하고, 나가면서 현관문을 닫는다. 소방청 지침은 이 문 닫기를 대피와 분리된 선택이 아니라 대피 행동의 일부로 제시한다.
불이 다른 곳에서 났다면 판단 기준은 “우리 집으로 불길이나 연기가 들어오는가”다. 들어오지 않는다면 세대 안에 머무르는 편이 안전할 수 있다. 창문을 닫아 연기 유입을 막고 화재 상황을 주시한다. 반대로 불길이나 연기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연기가 없는 안전한 경로로 이동하고 지나온 문을 닫는다.
이 구분은 건물 구조와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뀔 수 있다. 처음에 머무르기로 했더라도 연기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판단을 다시 한다.
문과 연기가 알려 주는 것
닫힌 문은 그 너머 상황을 알려 주는 단서일 때가 많다. 미국 소방청은 문을 열기 전에 손등으로 온도를 확인하라고 안내한다. 문이 뜨겁거나 문틈으로 연기가 보이면 그 문은 닫아 둔 채 다른 출구를 찾는다.
연기 속을 지나야 한다면 몸을 낮춘다. 나갈 수 없다고 판단되면 미국 소방청 안내대로 문을 닫은 채 안쪽에 머무르며 소방기관에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알리고 창가에서 신호를 보낸다.

계단과 승강기
이동 수단에는 예외가 거의 없다. 국민안전24의 승강기 안전사고 행동요령은 화재 시 승강기 대신 계단을 이용하라고 명시한다. 미국 소방청도 소방대가 따로 지시하지 않는 한 계단을 쓰라고 안내한다.
이미 승강기 안에 있는 상태에서 화재를 알게 됐다면, 모든 층의 버튼을 누르고 가장 먼저 문이 열리는 층에서 내린 뒤 계단으로 이동한다. 어느 층에서 문이 열릴지 고르는 것보다 일단 승강기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다.
밖으로 나온 뒤
밖으로 나왔다면 미리 정해 둔 집합 장소로 가서 그곳에 머무른다. 소방기관에 신고하고, 안에 남아 있거나 갇힌 사람이 있으면 도착한 소방대에 알린다. 이 정보는 구조 순서를 정하는 데 쓰인다.
다시 들어가지 않는다. 미국 소방청 안내는 지나온 문을 닫고 다시 들어가지 말라고 명시하며, 물건이나 확인되지 않은 사람도 예외로 두지 않는다. 안에 누가 있는지 도착한 소방대에 전달하는 일과 직접 들어가는 일은 다르다.
이 지침의 경계
여기 적은 행동은 소방청·국민안전24·미국 소방청의 일반 지침을 옮긴 것이다. 특정 건물의 방화 성능, 연기가 퍼지는 속도,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구조와 상황마다 달라서 일반화하지 않았다. 소화기, 완강기, 옥상 대피처럼 설비와 훈련에 좌우되는 행동도 다루지 않았다. 현장에서 소방대나 관리 주체의 지시가 있으면 그 지시가 우선한다.
삽화 역시 장면을 이해하는 데만 쓴다. 자세, 거리, 연기 높이 같은 세부는 근거가 아니라 설명을 위한 재구성이다.